누렁소 '복둥이'가 콩을 거두러 간다. '복둥이'의 나이는 꼭 13살이다. 두 살 때부터 일을 했다. 지난 봄 1만5천여 평의 콩밭도 '복둥이'가 갈았다. 그런데 오늘 '복둥이'가 투정을 부린다. 잔뜩 실은 콩달구지를 끌지 않으려고 뒷걸음질친다. 마치 '죽어라고 고생하면 뭐하느냐'는 눈치다.

우리나라는 세계2차대전 그 시기만 해도 콩 수출 강대국이었다. 지금은 국내 소비량의10%를 생산하고 있다. 90%는 모두 수입콩이다. 이 중 미국콩이 60%를 차지하고 있다. 얼마 전 유전자 변형 콩 때문에 토종콩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집에서 먹을거리도 부족한 실정이다.

콩은 한국인의 삶을 지탱해 주는 대표적인 먹거리다. 콩의 주성분은 단백질(40%)과 탄수화물(30%), 그리고 지질(20%)이다. 콩의 영양성분은 소고기 등심보다 월등히 높다.



우리나라 콩과 수입콩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우리나라 콩이 우수하다. 수입콩은 발아율이 낮아 콩나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 국산콩은 95% 정도가 정상발아를 하는 반면 수입콩은 72%에밖에 되지 않는다. 싼 수입콩을 가져다 농약으로 콩나물을 길러파는 것이 그 이유에서다.

수입콩은 껍질이 두껍고 거칠며 윤택이 적게 나고 콩알의 크기가 고르다. 그러나 토종콩은 껍질이 얇고 깨끗하며 윤택이 많이 난다. 그리고 콩의 크기가 들쭉날쭉 고르지 않다. 특히 토종콩은 배꼽색깔이 검은 낟알이 조금 섞여 있지만 수입콩은 많이 섞여 있다.

우리콩나물 살리기 운동본부' 남정현 대표는 '콩을 소독해야 한다는 것은 탁상행정이다. 수입콩의 발아율이 낮기 때문에 농약 소독으로 발아율을 높이겠다는 것은 언뜻 보면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이는 우리 콩을 살리지 않고 아예 죽이겠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 어린 시절부터 콩 좋아한 '콩소년'

"어린 시절부터 콩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주변환경에 의해 자연스럽게 된 것 같아요. 저의 하루 일과가 소를 몰고 들에 나가서 풀을 먹이는 일이었거든요. 들에다 풀어두면 소가 풀을 뜯어먹는 동안 저는 친구들과 고기를 잡으러 가곤 했었어요. 한참을 놀다 돌아와 보면 먹으라는 풀보다는 콩밭에 들어가서 더 많이 잘라먹곤 했더군요.

콩이 열리지 않을까 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이상하게도 소가 먹은 곳에서는 콩이 더 많이 열리는 것입니다. 어린 마음에도 신기하면서도 호기심이 많이 생기더군요"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우리콩나물살리기운동본부의 남정현대표. 호기심이 왕성한 어린 시절부터 콩을 좋아했다는 그는 우리토종 콩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콩박사'다.

아동도서를 출판하는 일을 하던 그가 우리 콩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 94년. 아이들의 책을 만들면서 교육의 중요성과 우리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서부터이다.

그러던 중 우루과이라운드로 콩나물 콩이 본격적으로 수입되었다. 그리고 콩나물 공장에서도 수입 콩을 사용하기에 이르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이다. 우수한 우리 토종 콩이 점점 수입콩이나 유전자 변형 콩에 밀리는 것이 안타까웠다.
우리 콩나물 콩을 살리기 위해 지난 94년 우리콩나물살리기운동본부를 결성했다.

그 때부터 우리 토종 콩에 대한 그의 노력은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라면서 콩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지만 공부를 한 것은 아니었다.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그리고 박사들의 자문을 받는 등 직접 뛰어 다니며 콩에 대한 정보를 하나, 둘 수집했다. 배우면 배울수록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곤 하지만 콩박사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실력자가 되었다.

●●●●● 우리 토종 콩의 우수성 널리 알리는 데 앞장 서
"뜻이 맞는 이들이 모였습니다. 우리 몸에는 우리 토종 콩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죠. 콩의 우수성을 알리자는 취지로 결성되었는데 쉽지는 않더군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우선 콩의 소비가 많은 가정부터 공략한다면 자연스럽게 콩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겠더라구요." 콩을 심는 농가에서는 판로가 없다보니 콩을 기피할 정도였다.

우리콩나물살리기운동본부에서는 농가의 판로를 모색해주고 소출이 많아지도록 순지르기나 쓰러짐 방지, 병충해 방지 등 오리알태 콩나물 콩을 재배하는 전국의 농가를 찾았다.

우리 콩으로 콩나물 길러먹기 운동도 전개했다. 집에서 콩나물 재배기를 이용해 우리 콩으로 콩나물을 길러먹는다면 우리 토종 콩 지키기는 문제없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게 이루어 진 것은 아니다. 일부 몰지각한 업자들이 발아가 되지 않는 묵은 콩을 그대로 팔거나 수입 종을 섞어서 판 것이다.

이에 우리콩나물살리기운동본부에서는 우리 토종, 국산 콩을 직접 재배하여 발아시험을 거친 콩만을 보급했다. 그리고 콩나물 공장에서도 우리 토종 오리알태 콩나물 콩을 쓸 수 있도록 자문이나 농가와 계약할 수 있도록 연결을 시켜주었고 지금도 그러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가정에서 쉽게 길러먹을 수 있도록 콩나물 재배기까지 개발해냈다.

●●●●● 우리나라에서만 재배되는 오리알태 콩나물 콩
국산 콩나물 콩 중 재래종은 20여종으로 크게 오리알태, 쥐눈이콩, 준저리로 구분한다. 남대표는 콩나물 콩 중 뛰어난 점이 많은 오리알태 콩나물 콩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오리알태 콩나물 콩은 이 세상에서 가장 맛이 뛰어나며 우리나라에서만 재배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연두색 같기도 하고 녹색 같기도 한 바탕에 검은 색 점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해 다른 콩에 비해 쉽게 식별이 가능하다.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처음 오리알태 콩나물 콩 살리기 운동을 추진하면서 방향을 세 단계로 나누었습니다.

그 첫번째가 이 콩을 많이 알리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생산을 늘리자는 것이었죠.

그리고 세 번째가 두부나 된장, 식용유 등 가공식품으로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추진할 때마다 제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지난 94년 이후 우리 토종 콩을 살리자는 맥을 유지해 오던 우리콩나물살리기운동본부. 하지만 지금은 뜻을 모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다른 일을 찾거나 직접 농사를 짓겠다고 떠났다.

남대표와 현장에서 도와주는 몇 명만 남았다. 그 역시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그는 끝가지 우리 토종 콩을 지킬 작정이란다.
"제가 그만두면 누가 할까요? 그 생각에 쉽게 그만 두지 못합니다. 콩에 대해서는 아직 배울 것이 많이 있습니다." 21세기 최고의 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콩. 그는 이 콩을 위해 경기도 안양시에 자리한 사무실보다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콩재배 농가를 찾아다니고 있다.

현장을 직접 뛰어다녀야지만 더욱 많은 정보교환으로 좋은 상품과 좋은 우리 토종 종자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우리 토종 콩나물 콩 파수꾼을 자처한 남정현대표. 우리 콩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시작한 우리콩나물살리기운동본부. 소비자나 농가들로부터 좋은 일한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그. 내가 가야할 길이라며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 토종종자의 중요성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글.이윤아 | 사진.김철중(WRITERS)